15 페소만 주세요

2009. 12. 8. 20:38필리핀 생활/필리핀 일상생활

(이 꼬마는 보라카이에서 만나 꼬마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필리핀 소년의 미소가 있다.

나름 무척이나 미안하고 부끄럽게 했던 소년의 미소가..

 

4년전쯤 친구가 술 한잔을 하자는 애기를 전화를 받고 퀘존시의 유흥 지역인 띠목으로 나갔다.

도착해서 연락을 해보니 친구는 오는 중이라고 하고 혼자 술집에 들어가기 뭐해 술집앞 길가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머리를 짧게 깍은 한 소년이 다가온다.

 

‘음.. 돈을 달라고 오는군’ 속으로 생각하면서 외면을 할려고 했다.

 

필리핀에 살다보면 이렇게 길거리에서 돈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수 없이 만날 수 있고 이런 아이들의 대부분은 돈을 얻어 담배, 마약등을 하거나 이들을 이용하는 나쁜 인간들에게 상납을 한다고 들었고 몇번 봤었다.

그래서, 나는 길거리의 아이들 특히, 유흥가 지역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돈을 주지 않는다.

 

담배를 피면서 다가오는 소년을 외면 하고 있는데 나에게 다가와 15페소만 달라고 한다.

 

왈라 빼라..(돈 없어)

 

그래도, 멀뚱 멀뚱 큰눈으로 나를 쳐다 보면 15페소만 좀 달라고 애원을 한다.

 

없어..라고 말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이상하다.. 왜 15페소지 다른 애들은 그냥 돈을 달라고 하는데… 참 이상하네..

그래서 물어 봤다.

 

너 왜 15페소가 필요하니?

 

꼬마 왈..

자기가 지금 너무 배가 고픈데 밥을 먹을 려면 15페소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정말 배가 고파서 일까?

아님 담배값..(필리핀에서는 아주 어린 꼬마들이 담배 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특히, 길거리의 아이들)

음… 일단 줘보고 뭘하나 봐야겠다는 생각에 15페소를 손에 쥐어 졌다.

 

꼬마는 환하게 웃으면서 땡큐 하며 길가의 깐톤(간이 음식점)으로 뛰어 간다.

그래서, 무엇을 사나 하고 슬쩍 쫗아 가보니

밥한그릇과 달걀하나를 시켜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아.. 정말 너무나 배고 고팠나 보다. 이제 7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아이이네..

 

밥을 먹으며 밝게 웃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조금전에 의심하고 외면했던 내모습이 너무나 창피 하게 느껴진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친구가 근처에 있다고 연락이 와서 친구를 만나 잠깐 애기를 하고 꼬마에게 뭔가 좀더 시켜 줄려고 다시 칸톤으로 가보니 꼬마는 벌써 자리를 뜬 후였다.

 

지금도 길거리의 아이들을 보면 그아이의 미소가 떠오른다.

 

아직도 맑은 미소를 짓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