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비만 있어도 잘 논다..

2015. 9. 17. 16:48필리핀 생활/필리핀 일상생활

8월 21일..  연휴다..


연휴를 맞아 아직 가보지 않은 Real Quezon 이라는 낮설은 곳으로 서핑을 배워보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몇년전 라어니온의 산호안 이라는 곳에서 서핑을 조금 배워 본적이 있지만.. 서핑이라는 것이 일주일 정도는 꾸준히 배워야  좀 탈 수 있는 운동이라.. 

몇 번 해본 걸로는 흉내를 내기도 힘든 레포츠다.


써핑가 좀더 친해지기 위해 리얼 퀘존으로 길을 나섰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영 좋치 않다.


3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리얼 퀘존...


방도 잡고 서핑 비용도 물어보기 위해 바닷가 근처의 리조트에 들어갔는데, 비도오고 날씨도 않좋은데, 불도 안켜있고 영 분위기기 이상하다.


에어컨 있는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머뭇 머뭇 하면서 방은 있는데, 정전이라 에어컨도 안되고 선풍기도 틀수 없다고 한다.

음...

차를 돌려 다른 리조트에 가보니 돌아오는 답이 똑같다.

리조트 하나가 정전이 아닌 리얼 퀘존이라는 지역이 전체 정전이고, 더 큰 문제는 언제 전기가 다시 들어 올지 모른 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우기를 겪어보면 안지만 그 습도가 어마 어마해서 에어컨이 없으면 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습하다.

거의 자는 것을 포기 해야 할 정도로 습하고.. 게다가 날씨 때문에 서핑은 할 수 가 없다고 한다.


뭔 재수가 이런지..


정전과 날씨 때문에 리얼 퀘존에서의 서핑은 포기하고, 혹시 뭔가 볼께 있나 해서 인판타라는 마닐라에서 동쪽 끝에 있는 조그만한 타운으로 발길을 돌렸다.


태평양과 붙어 있는 작은 도시 인판타.. 


거친 태평양과 더불어 태풍 때문인지 바닷 바람이 무척이나 강하게 느껴진다.


인판타 어촌 항구까지 차를 몰고 가니 더이상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항구에 도착해 차안에서 창밖을 보니..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슬리퍼를 가지고 날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맨발로 뛰며 맘것 바람과 비를 맞는 아이들.. 문득 40년전 시골 강가에서 뛰어놀던 내모습이 기억이 난다.


무척이나 맑은 웃음을 띄며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리니 아이들이 몰려와 서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달려든다.


그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 어느새 사라지고 웬지 모를 미소가 입가에 머물게 된다.


운전은 좀 오래 했지만.. 오랜만에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 이었다.





마닐라 동쪽 지역은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 기반 시설이 별로 좋치 않다.



태평양 그리고 태풍..

바다는 점점 거칠어 진다.



항구 공터에 모여서 놀고 있는 아이들..

천주교 국가라서 그런지, 십자가 같은 나무를 들고 천주교 행사를 흉내내며 노는듯 하다.


슬리퍼 한짝을 벗어 바람을 향해 던지고, 그 슬리퍼를 다시 받고..
TV, 핸드폰, 게임기가 없이도 이들은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카메라를 보고 서로 찍어 달라고 달려오는 동네 아이들

이들의 미소가 부러워 지는 이유는 뭘까..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날..
하지만, 그 어느 날 보다 입가에 미소를 많이 머물었던 날이었다.